기독교 교육

성경적인 장로의 직무와 장로 교육

제언 / 성경적인 장로의 직무와 장로 교육

380601
한국교회 장로는 장로 장립 시 안수 받는 것으로 장로교육은 끝이다.

1. 문제제기

6살 난 아이에게 “장로님은 뭐하는 사람이지?”라고 질문을 했다. 그 아이는 “악수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오랫동안 교회를 섬겼던 한 장로님에게 질문했다.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장로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니, 정말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연세 드신 어떤 목사님에게 물었다. “좋은 장로란 어떤 사람입니까?” 그 목사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좋은 장로가 뭐 따로 있나? 그냥 목사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하면 그게 좋은 장로지.”

필자가 보기에 오늘날 한국 교회 장로에 관한 한 가장 큰 문제점은 장로가 교회에서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직분인지 어린 아이부터 목사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다. 특히 목사가 생각하는 장로 상(像)과 장로가 생각하는 장로 상(像)이 일치하고 있지 않다. 이 불일치로 인해 교회 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교회가 지속적으로 튼튼하게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 문제의 본질 – “아직도 집사입니까?”

“아직도 집사입니까?”라는 질문보다 한국 교회 장로직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심각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질문에는 장로는 특별한 과실이 없으면(교육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나이 들고 교회를 어느 정도 열심히 다녔으면 장로쯤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그래도 장로가 되지 못한 사람은 믿음이 없거나 교회 생활을 불성실하게 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런 이해는 직분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장로는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획득할 수 있는 직분(職分)이라는 생각을 하는 한 장로 직(職)이 교회 안에서 제대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나 장로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는 장로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장로가 되고 그렇게 된 결과 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질 수 없다.

둘째, 이 질문 속에는 집사보다 장로가 더 높다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다.

그 결과 장로가 되는 것을 집사에서 승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장로 선출에서 떨어진 것을 승진에서 떨어진 것과 유사하게 생각하여 떨어진 사람이 크게 낙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장로를 선출하고 나서 많은 교회가 큰 후유증을 겪는다. 장로가 집사보다 낫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장로 직(職)이 교회 안에서 바로 세워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와는 달리 장로교회에서는 어느 한 직분이 다른 직분에 비해서 더 높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와 같은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은 직분론(職分論)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셋째, 장로가 집사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실제적인 이유는 대부분 집사들 중에서 장로가 선출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집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장로를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은 장로 직(職)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총회(고신) 헌법에 따르면 7년 무(無) 흠의 35세 이상 된 남자 세례 교인이면 누구나 장로가 될 수 있다.

교회의 직분에 대해 이 같은 가장 기초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장로가 더 높다거나 집사 중에서 장로를 선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이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이유는 그 만큼 교회에서 장로 직뿐만 아니라 직분 전반에 대한 이해가 크게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직분을 사제(priest)로 보고 단지 계급만 다르다고 보는 로마 가톨릭교회와는 달리 장로교회는 각 직분마다 고유의 독특성이 있다. 목사, 장로, 집사는 직분마다 섬김의 일이 서로 다르고 직분을 위한 은사도 당연히 다르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평생 목사 할 사람을 목사로 세우듯이 집사도 집사 일을 잘할 사람으로 장로도 장로 일을 잘 할 사람으로 선출하는 것이 원리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맞다. 집사의 일을 잘 하는 사람을 괜히 장로로 세워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집사 중에서 장로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집사와 장로의 일이 별 차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장로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구를 잘 하는 사람이 탁구를 잘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집사를 잘 한다고 해서 장로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장로 정치의 전제 – 수준 높은 장로교육

장로교회 정치는 하나님께서 개혁된 교회에 주신 큰 선물이다. 종교개혁 이전 타락했을 때 교회 안에서는 한 사람에 의한 독재정치가 실시되었다. 지(支) 교회는 사제가, 지역(地域) 교회는 주교가, 세계(世界) 교회는 교황이 다스렸다. 이 같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회정치에서는 성직자가 아닌 사람은 들어 설 자리는 전혀 없었다. 평신도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말씀의 사역자를 청빙하는데 있어서 그들은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이방인이었다.

그러므로 장로교회 장로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아니라 그룹 혹은 장로 회(會)가 교회를 다스리는 대의정치이다. 특히 목사와 장로가 협력하여 당회를 구성하여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 성경에 가장 충실한 교회 정치라고 우리는 믿는다. 종교개혁으로 이런 성경적 교회 정치가 확고하게 세워졌지만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한 사람에 의한 독재 정치와는 달리 당회에 의한 정치는 수준 높은 목사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회에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므로 만약 장로가 수준에 미달이 되게 되면 오히려 로마 가톨릭교회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개 교회 성도들이 당할 수 있다.

장로교회 정치에서 목사는 말씀을 선포(proclaim)하고 장로는 말씀을 보호하는(protect)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말씀은 성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성경책은 이단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석된 성경의 교훈 즉 교리를 가리킨다. 따라서 개혁교회에서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도 교회를 행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성경적 교리가 예배 중에서 올바로 선포되는 것을 감독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장로교회는 신실하고 유능한 목사와 그 목사에 걸맞은 수준의 경건과 신학적 지식을 가진 장로들을 전제한다.

이 점에서 최근 장로회연합회가 주관하는 일련의 집회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사람을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우리의 신앙고백과 맞지 않거나 심지어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주강사로 초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장로회연합회에 초청된 주강사야말로 우리의 신학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교회와 장로들이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제대로 된 장로교육이 필요

제대로 된 장로교회 정치를 위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장로교육이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장로들도 그런 교육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목사들의 책임도 크다. 보통 제직 수련회라고 하면 무엇을 배울 것인지 참여자들은 이미 뻔히 다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로 교육은 대단히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장로 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장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교회의 행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로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행정에 있어서는 사회 경험이 많기 때문에 목사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마도 목사들은 ‘목사만큼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실제로 당회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안건들은 교회행정에 관한 것들이다. 물론 이런 것들도 당회가 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은 주변적인 것이고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장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교육은 필요에 의해서 실시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필자가 미국 개혁교회에 다닐 때 필자의 첫 아이가 태어나서 유아세례를 신청했더니 당회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회 실(室) 문을 열었을 때 담임 목사와 장로들은 모두 다 두꺼운 교회헌법 책을 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 교회의 장로들은 칼빈주석을 기본적으로 소장하고 있고 우리나라 신학생은 제대로 읽지 않는 바빙크의 4권짜리 ‘개혁 교의학’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공부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신학적 소양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장로의 일을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로교회에서 장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세례 교육을 성도들에게 시키는 것이다. 유아세례인 경우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당회가 책임을 진다. 교회에서 어떤 신학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목사와 의논하여 해답을 제시하는 것도 장로의 일이다. 교회 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성경과 헌법에 근거하여 실시하는 권징은 장로가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성찬을 감독하는 것도 장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무엇보다 목사가 부재하면 목사 청빙은 실제적으로는 당회가 감당한다. 이 모든 일들은 장로가 충분히 신학적 교육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총회 헌법 중 장로 직무 참조)

5. 성경적 장로가 되기 위한 제언

(1) 목사들이 장로교의 신앙고백과 교회정치에 걸맞은 수준 높은 목회를 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선행이 될 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장로로 선출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회 안에 형성될 것이다. 장로교육은 그 교회의 목사 수준 이상으로 실시 될 수 없다.

(2) 장로 교육은 개(個) 교회 담임목사 한 사람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노회는 장로 교육을 위한 상설 기구를 두어서 장로 교육이 현재 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교육이 되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3) 개혁신학에 장로교육을 위한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그리고 지속 적으로 충실하게 실시해야 한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회성 대형집회 보다는 정기적인 소규모 교육모임이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부터 이제 집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4)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신대원에서도 장로교육을 위한 일주일 정도의 고급 신학 과정을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성을 느끼는 교회의 목사들과 장로들이 함께 이렇게 좋은 장로가 되기 위한 교육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모든 교회가 주의 말씀 위에 굳게 서리라 확신한다.(*) 글쓴 이 / 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역사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