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요점(6)

< 1부 > 개혁신앙의 원리들
1. 오직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는 원리
2. 하나님 중심의 원리
3. 오직 믿음으로의 원리
4. 신자의 삶 강조의 원리
< 2부 > 개혁신앙의 핵심교리들 21)
A. 성경론(계시론)
B. 신론(神論) < 계속 >

B. 신론(神論) (1)

이제까지 살펴본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전제로 하여, 이제부터는 성경이 제시하는 핵심적인 교리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성경의 가르침들을 살펴보는 가장 일반적인 전개방식은 우주만물과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의 존재와 사역을 설명하는 신론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분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인간들이 저지른 범죄와 그 결과에 대한 논의(인간론), 그러한 죄의 문제 가운데 놓인 인류를 회복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존재와 그 분이 성취하신 구속사역에 관한 설명(기독론), 그렇게 역사 속에서 객관적으로 성취된 구원 역사를 개개인들에게 적용시키시는 성령님의 구원 적용의 역사(구원론), 그리고 구원받은 성도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에 관한 논의(교회론), 마지막으로 인간이 최종적으로 이르게 되는 종말에 대한 논의(종말론)의 순서를 따라 진행된다.

그러면 먼저 모든 존재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고, 어떤 속성들을 지니시는지, 그리고 삼위일체 하나님이란 무슨 의미인지 등에 대해 성경이 가르치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1.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성격들

우리가 일반 학문에서 습득하게 되는 지식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는 차이점이 많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일반 학문의 지식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인격적인 관계를 포함하는 지식이다.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이란 근본적으로 그 분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고 이해되는 지식이다.(신자) 그러나 단순히 하나님에 관한 정보를 아는 지식(Knowledge about God)이란 그 분과의 인격적인 신뢰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서도 가능한 지식이다.(불신자)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참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그 분과의 언약적 관계 속으로 들어옴으로서 그 분을 알게 되는 지식이다.(Knowledge of God) 그 분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고, 그 분을 경배하며 사랑하는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지식이 참된 하나님에 대한 신지식이다.

마태복음 7:23에서 예수님이 거짓 선지자들에게 말씀하신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는 말씀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거짓 선지자들은 하나님을 지식적으로는 알았고, 외형적인 종교 사역들에도 열심이 있었지만, 주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없었으므로 주님이 그들을 모르신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2) 하나님을 아는 우리 지식은 유한하다.

하나님이 자신을 아시는 신(神) 지식과 인간의 신(神) 지식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온전한 지식이나, 후자는 유한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완전한 신(神)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신(神)지식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불가지론(不可知論)의 오류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神) 지식이 유한하고 제한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신(神) 지식 또한 허구가 아닌 실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신(神) 지식이 하나님이 주신 계시(말씀)에 근거해서 설명되는 지식일 때, 그것은 하나님의 신적 계시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한 참된 지식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 자신이 갖고 계신 신(神) 지식만큼 온전한 지식은 아니다.(Incomprehensibility)

바로 이점으로부터 우리는 성경의 교리들에 대한 설명들 중에서 온전한 설명이 주어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23) 이와 같이 우리는 하나님께서 자신에 대해 알고 계신 것만큼 완전한 이해를 갖고 있지 못함으로 우리의 신(神) 지식은 유한한 성격을 갖는 것이다.

(3) 하나님을 아는 우리 지식은 구속과 계시적 특징의 지식이다.

우리의 신(神) 지식이란 구속사적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만이 바르게 세워질 수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인간 스스로의 방법으로 하나님을 알 수도, 알 수 있는 체계를 세워갈 수도 없다. 인간은 오직 하나님이 계시해주신 길, 말씀대로만 따라갈 때 참된 신(神) 지식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아담의 타락 이후 죄 가운데 빠져있는 인간의 부패한 이성으로는 왜곡된 지식만을 만들어가게 될 뿐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특별계시 안에서 제시되고 있는, 창조 -> 타락 -> 구원으로 설명되는 구속계시의 역사를 따라서 제시되는 길로 따라갈 때만이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4) 우리의 신 지식은 유추적(Analogical) 방식으로 얻은 지식이다.

하나님의 신(神) 지식은 완전하고 초월적인 지식인 반면에 인간의 신(神) 지식은 유한하고 제한된 피조물의 차원의 지식이다. 하나님의 지식과 인간의 지식 사이의 이러한 근본적인 질적 차이를 고려할 때, 그 두 지식들이 서로 완전히 별개의 성격의 지식들이라고 간주하고 그 둘 사이의 어떠한 접촉점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하나님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불가지론의 오류)

그렇다고 반대로 그 두 개의 지식들을 서로 동일한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동질의 지식이라고 간주하려 한다면, 범신론적인 오류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갖게 되는 신(神) 지식이란 그 두 지식들이 유추적으로(analogically) 연관되는 유비적 관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신자에게 주어지는 신(神) 지식이란 하나님과 동일한 방식으로 갖게 되는 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과 동일한 정도로 소유하게 되는 지식도 아닌 것이다.24) 우리 인간은 하나님께서 그의 계시를 통해서 드러내주신 만큼만 그 분에 대해서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소유하신 신(神) 지식만큼 완전한 지식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계시해주신 지식이므로 참되고 확실한 지식이 된다.(불가지론의 극복) 즉 우리는 하나님을 참되게 알 수 있으나 그 분에 대해서 완전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그분의 계시를 통해서 유추적으로만 알게 된다.

(5) 우리의 신(神) 지식은 불가해적 성격도 있다.

앞서 언급한 신지식의 유한성, 유추적 성격(類推的性格) 등에 대한 내용들은 또한 신(神) 지식의 불가해성(Incomprehensibility)을 의미한다.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하나님의 계시 말씀을 통해서만 참된 신지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따라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롬 11:33-36; 시 145:3; 147:5; 139:6)